최근에 읽은 책중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입니다.
김수영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있는 것이 많기에
간략하게 생각나는 것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양조위를 닮은(?ㅎㅎ) 이 시인의 특별한 점은, 한국전쟁 전에 일본유학을 한 엘리트 였으나,
6.25 참전 이후로 인생이 급속도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 시절 신여성이었던 김현경과 결혼해서 살고 있었지만 전쟁중에 생사를 확인할수 없었기에 김현경은 그를 버리고 그와 친분이 있던 남자와 새로운 살림을 꾸리게 됩니다.
이로써 그는 김현경에 대한 배신감이 생겨 그를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아내로서만 대하고 살게 됩니다.
그리고 김수영은 술을 좋아하고, 한 번 마시면 인사불성이 될떄까지 먹었습니다. 그리고 술값을 낼 주머니 사정이 마땅치 않아서 항상 주변 문인들 또는 돈이 좀 있는 친구들에게 술을 얻어먹기 일쑤였는데, 술을 얻어먹으면서도 시에 대한 자신감,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커서 항상 큰소리를 치곤 했습니다. 그게 잦아지면서 친구들이 좀 불편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 술이 김수영 시인의 생을 끝을 앞당기게 했습니다. 1968년 어느날 자주 술자리를 갖던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그날은 좀 과도하게 흥분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아마도 거의 매번 술마시면 그러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시절이 워낙 술 안마시고는 제정신으로 버텨낼 수 없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깐요)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오는 버스에서 골아떨어진 시인은 종점에 내려서 술이 덜깬 상태로 방황하다 버스에 치여서 그만 운명을 하십니다.
이번에 읽었던 김수영을 위하여는 팟캐스트, 출판 등으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독설가(...)
강신주 씨가 썼습니다.
이 책은 쓰게 된 동기는, 작가의 생물학적 부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본인의 정신적 아버지인 김수영 시인도 보내드려야 겠다는 생각에 그때 마침 맡았던 강의에서 김수영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강의를 정리하기 위해 한분이 각고의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이유로 책에 보면 강신주 지음/ 김서연 만듦 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럼 제가 감명받았던 김수영 시인의 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김수영 하면 고등학교 시절 국정교과서 국어책에 나왔(었나?)던 풀이 생각납니다.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1968년
이 시는 시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줍니다.
학창시절에는 그저 그런 민중시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지난 총선을 보면서 민초의 위대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새삼 느끼게 되었고,
이 시의 탁월한 표현력과 통찰에 한번더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소개드릴 시는
JTBC뉴스룸에도 나왔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입니다.
어느날 古宮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월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1965년
이 시가 JTBC에 나왔던 배경은 그 당시 이슈가 되었던, 설현의 안중근 의사 관련 발언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이 시를 보면서 당시 여험문제(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서 남여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도 동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어제 씨네타운나인틴을 듣다가 이승훈 PD님이 이야기한 "왜 이 정부가 원하는 약자들 끼리 싸우는 잘못을 계속 범하고 있느냐? "라는 발언때문에 한번더 생각이 났습니다. 얼핏 들은 이야기 인데,
오유가 새누리당 의원한테 청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정의당 메갈리아 사건 때문에 말이죠..
참으로 어이가 없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이 현상을 보고 일베에서도 오유가 새누리 편이 되었구나 라고, 내심 동지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니깐요...
세번째로 소개시켜 드릴 시는 "거미" 입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각별한 시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고민과 생각이 많았던 올해 초,
저의 머릿속을 항상 맴돌았던 시 입니다.
인간이 초라해지고 힘들어 하는건 바라는 것(욕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아주 당연한 진리를 이 시 한편으로 가슴깊이 반성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노력했던 시 입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욕심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실패로 몰아넣게 되었습니다만...
인생이란 참 알고도 어쩔수 없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 거미라는 시에 반해서 저는 필사를 한 후에 몇번이고 마음속으로 되 뇌이고 다녔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이런 사소한 데서 시 끌어내기 능력은 단연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시는 '달나라의 장난' 입니다. 이 시는 별도로 포스팅을 하던지 아니면 여기에 덧붙여 쓰던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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